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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감동적인 시간 여행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꽃님 작가의 책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제8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딸이 있다면 함께 읽고 싶은, 감수성이 좋은 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책을 읽은 분들과 읽을 계획이 없으신 자녀를 위해 책의 정보를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감동은 비로소 책을 읽었을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해도, 제 감상평이 그 어떤 방해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인 은유는 엄마 없이 아빠와 지내고 있는 2016년의 중학생 여자아이입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빠의 제안으로 1년 뒤에 도착하는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부친 뒤, 과거에 살고 있다는 그 누군가의 답장을 받게 됩니다. 그 사람은 1982년에 국민학교에 다니고 있던 이름이 같은 아이였지요.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과거와 미래에 있는 두 아이들은 서로의 고민거리를 나누고 어느샌가 서로를 의지하게 됩니다.
2016년에 살고 있는 은유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어릴 적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둘이 지내지만, 아빠는 은유에게 통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에만 바쁘고 곁에 있어준 시간도 없이 은유는 혼자 자랐습니다. 그러던 아빠가 이제 와서 재혼을 한다고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은유와 함께 있을 때는 보여준 적이 없는 그 웃음을 그 여자 앞에서 보이고 있으니 은유는 너무 화가 나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가출을 계획하지요. 네, 계획만 했습니다.
과거에 살고 있는 아이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부도 잘하고 완벽한 언니와의 비교였습니다. 본인이 진짜 열심히 노력해서 100점을 맞으면 전 과목에서 올백을 맞아버리는 언니 때문에 칭찬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고, 가장인 아버지는 경제관념이 부족해서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돕기로 하고 시험 답안지를 알아봐 주는 것과 은유의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봐 주기로 한 약속을 하고 그러한 과정이 쭉 전개됩니다. 현재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가고 과거의 시간은 득달같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현재의 은유가 한 살을 더 먹을 동안 과거에 살고 있는 그 아이는 국민학생에서 성인이 되었을 정도였지요.
서로 간에 다른 시공간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과 점차 서로의 삶으로 연결되는 전개가 흥미를 끌었습니다. 마지막 파트는 그냥 눈물 수도꼭지라 그 장을 열기만 해도 저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답니다.
주인공 은유는 마지막 파트까지도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아빠의 여자친구가 아빠가 학생일 무렵부터 쭉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은유가 엄마에 대해 물어봤을 때 여자친구는 은유가 아직 들을 준비가 안돼있다고 말합니다.
"세상이 네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부터 버려 봐."
"세상은 절대 네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아. 넌 그냥 이 세상의 티끌 같은 존재라고."
맞아요. 온 힘을 다해 아빠를 미워하고 있던 은유는 아빠의 그 어느 것도 이해해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가는 편지 속에서 과거의 아이가 들려준 아빠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고 은유를 방임으로 키울 만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사건이 아빠를 그렇게 만든 것뿐이었지요.
1년 뒤 느린 우체통에서 배달된 아빠의 편지를 받은 은유는 그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랑스러운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요. 그 뒤로 아빠와 엄마를 이해했는지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해했을 거예요.
감상평
"그리고 나는 네 곁으로 갈게.
네가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속상한 날에는 눈물이 돼서 얼굴을 어루만져 줄게.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도,
시험을 잘 친 날에도,
친구랑 다툰 날에도,
슬프거나 기쁘거나 늘 네 곁에 있어 줄게.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 부분만 보면 아직도 먹먹한 기분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습니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기 때문이지요. 사실 평소에는 아이들이 서로 싸우다 울면 그만 좀 싸우라 하고, 시험을 잘 쳐도 크게 칭찬해주지 않고, 힘들다는 투정도 많이 부리는 부족한 엄마지만 평생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까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도 조금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영화 같은 스토리이지만 이 이야기를 책으로 접해서 잔잔하게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우리의 모든 시간이 모여 힘껏 너와 나를 이어주고 있었다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성, 그래서 더 많이 얽히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하는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사담이지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있는 제 동생에게 권하고 싶어요. 좋지 않았던 환경 탓에 열심히만 살았던 엄마에게 상처받아 등을 돌리고 있는 동생이 있어요. 엄마를 만나면 항상 발톱을 드러내고 엄마는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하며 털어내고 서로를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서로 오해하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평생 든든한 엄마로서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들은 모난 감정 가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권합니다
-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권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만한 내용입니다.
- 초등학교 중학년 어린이들이 읽어도 이해되지 않을 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편지를 주고받는 스토리에 흥미를 못 느낀다면 반전 요소가 있는 뒷부분에 도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책 한 권으로 이렇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 이꽃님 작가에게 감사드리며,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따뜻한 감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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